*전반적인 내용들은 『포스트모더니즘과 건축이론(임기택)』을 읽고 정리한 내용들입니다 :)
포스트모더니즘의 건축적 특성
지난 포스팅에 이어 이번에는 포스트모더니즘 담론과 관련된 건축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우선 포스트모던시대의 건축적 경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효율성, 생산성을 추구하는 모더니즘적 가치에서 이후 여유롭고, 풍요로운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일어나고 이는 개성과 자율성, 다양성에 집중하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과거의 예술을 소생시키고자 하였으며 이를 다른시대, 문화로부터 양식과 이미지를 차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또한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장르의 장벽을 넘나드는 형태도 나타난다.
물리적으로는 직선과 사각형의 형태를 탈피하며 삼각형, 원의 형태를 도입하게 되는데 이는 기계적 양상에서 사람의 마음과 몸, 도시환경, 자연의 요소를 반영하려 했기 때문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모더니즘 건축은 추상적, 엘리트적 해석으로 표현한 디자인이라면,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은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차용, 형태를 그대로 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관련건축가와 주요 작품
로버트 벤츄리 (1925-2018)
'Less is bore' 이라며 당대를 지배하던 이념과도 같았던 모더니즘을 당당하게 까버린 패기넘쳤던 젊은 시절의 로버트 벤츄리.
그는 건축에서 현재와 과거의 결합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1960년 국제주의 양식이 장악하던 시기에 대담하게 반론을 제기하였는데 이는 젊은 시절 베니스, 라스베거스를 여행하며 얻은 깨달음의 영향이 컸다.
그의 저서 『라스베가스에서의 교훈』에서 라스베가스는 화려한 기호, 간판들이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게 만든 것 같지만, 그 뒤 공간의 실상은 극도로 경제적, 집합적, 폐쇄적인 공간구조임을 폭로하고 있다.
『라스베가스의 교훈』
“현재의 근대 건축에서 인식되지 못하는 상징성의 내용은 우스꽝스럽다는 것이다. 죽은 오리(ducks)를 디자인해 왔던 것이다…. 근대 건축가들이 정의롭게 건물에서 장식을 버렸을 때 그들은, 그 자체가 장식인 건물을 무의식적으로 디자인하였다.
상징성과 장식보다는 공간과 분절을 추구함으로써 건물 전체를 하나의 오리(duck)로 왜곡시켜 버렸다…. 전래적인 쉐드(shed)에 장식을 덧붙이는 순수하고 경제적인 방식에 대신하여, 오리(duck)를 만들기 위하여 평면과 구조를 보다 냉소적이며 비경제적으로 왜곡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 구조에 장식하는 것은 어쨌든 좋다. 그러나 장식을 구조로서 행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p.152-158 (라스베거스의 교훈, 김정신 외 역, 태림문화사 )
“ 카지노들은 Sign을 통해 자신의 독특함을 과시하지만, 여전히 그 뒤쪽의 일반화되고 체계화된 모텔공간의 보조를 받는다. 그 억제된 질서는 숨은 설득용 사인과는 대조적으로 엄격하리만큼 체계적이다. 즉 화려함 뒤의 체계이다.”p.77 (라스베거스의 교훈, 김정신 외 역, 태림문화사 )
이처럼 근대건축은 즉 상징성을 잃은 '오리'이며,
벤츄리가 그리는 도시와 건축은 근대건축의 공간, 형태, 구조의 엄격함을 탈피한 '기호의 건축'과 '기호의 도시'이다.
또한 『건축의 복합성과 대립성』 에서 포스트모던적인 그의 생각이 매우 잘 드러난다.
“나는 “순수한 것”보다는 혼성적인 것을 좋아한다. “깨끗한 것”보다는 절충적인 것을, “번듯한 것”보다는 왜곡된 것을 “분명한 것”보다는 모호한 것을, … 직선적이고 명확한 것보다는 일관되지 않은 것을 선호한다. 나는 의미의 명확함보다는 의미의 풍부함에 찬성한다. … 즉 흑이냐 백이냐 선택하기 보다는 흑과 백 모두, 때로는 회색을 택한다.”
여기서 복합성은 단순화와 반대되는 개념이며 다의성과 같은 의미이다. 대립성은 대립적인 요소들인 만들어내는 특성으로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했을 때 나타나는 긴장감이다.
전통적 요소는 단순한 모방이나 재현이 아니며 변증법적으로 녹여져서 새로운 것으로 창조되었을 때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포스트모더니즘과 건축이론 중에서 인용)
이렇게 로버트 벤츄리는 대중의 취향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차이와 다양성을 추구하여 기성세대의 교리적, 엘리트적 건축문화에 도전장을 제시하였다.
어머니의 집 (1962)
로버트 벤츄리의 어머니의 집 (1962)에서는 그가 주장한 복합성과 대립성의 요소가 잘 나타난다.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며 개방적이면서도 커다란 느낌이다. 이는 대립적이고 이분법적인 요소들로 긴장된 변증법적 투쟁이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완전한 박공지붕, 아치모양의 곡면은 전통적 집의 이미지를 기호화하여 복합성과 대립성의 개념화에 재배치하며 과장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 흔히 미국에서 생각하는 집의 이미지 (박공지붕, 커다란 창문, 벽난로 앞의 가족)
내부모습에서는 외부 대칭성을 반영하고 있으나 계단과 굴뚝이 대립되는 모습이다. 전면 파사드와 후면은 마치 장식된 헛간을 연상시키듯 스크린의 역할만을 수행할 뿐이다.
2. 길드하우스(1960)
길드하우스는 "보통으로 이해되는 이미지에 대한 관심을 시험하는 기회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칭으로 된 입면, 상부의 금빛 안테나는 많은 시간을 TV시청에 보내는 고령자를 상징으로 나타내어 노인문화를 기호화 시킨것이다.
또한 팝 안트 장면이 떠오르는 간판의 사용으로 아이콘하 시켰다.
3. 알렌기념기술관 (1973)
1917 케트 길버트에 의해 신르네상스 건축물로 건립된 이 건물은 1973년 로버트 벤츄리에 의해 부분증축되었다.
이 신관과 구관의 변증법적 관계를 표현하는데 있어 본관의 특성을 재해석 하였는데 전체에 대한 구성요소로 작용하는 장식적 파사드를 분홍색 화강암과 붉은색 사암을 외벽에 부착시킨 것이었다. 또한 한가지 눈에 띄는 특징이 있는데 옛 기억 및 장식적 어휘를 의도적으로 변형하여 나타낸 이오니아식의 과장된 기둥이 그것이다. 이는 고전 건축의 엄숙함과 균형감을 깨뜨리며 포스트모더니즘의 기표실험과 유희를 실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찰스무어 (1925-1993)
'건축물의 형태가 주어진 문화의 다양한 태도와 요구에 의하여 결정된다.'라고한 찰스무어는 건축의 역사와 장소성을 재해석하여 구축하려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장소성과 기억이 공존하는 건축어휘를 구사하고자 하였고 상류계층, 특별한 계층을 위해서가 아닌 대중적인 것을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대표적 작품으로는 뉴올리언즈의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커뮤니티광장이 있다.
이는 색채, 고대 로마의 아이디어, 수공간, 조각상의 기괴한 배치의 특징이 있으며, 이탈리아 역사적 요소를 기호적 관점에서 배치하였다. 또한 도리아 코린트, 이오니아, 혼합식 기둥의 집합을 이루고 있으며 심지어 광장 가운데 수공간에는 이탈리아의 지도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는 로마건축의 고전적 위대함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기표와 기의에 대한 건축어휘의 실험적 특성에서 바라본다면 "여기는 이탈리아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여기 있지 않다" 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그레이브스 (1934-2015)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가 하면 빼놓을 수없는 건축가이다. 그레이브스는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건축'을 추구하였으며 이에 따라 대중적 취향의 밝고 팬시한 디자인 추구, 친숙한 이미지와 요소들, 다양한 색채, 캐릭터를 이용하였다. 상업적 니즈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여 기업본사와 호텔 리조트 등을 주로 디자인 하였고 산업디자인 분야로도 진출했던 뛰어났던 디자이너 였다.
유명한 건축물로는 윌트디즈니월드 스완 앤 돌핀 리조트(1987), 팀 디즈니 빌딩 (1986), 덴버 중앙 도서관 (1990), 포틀랜드 공공빌딩 (1982) 등이 있다.
오늘은 이렇게 포스트모더니즘과 관련된 건축가와 작품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포스트 모더니즘과 건축이론(임기택)' 책을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다루고 있으며 무엇보다 건축이론과 함께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 포스팅에 이어 포스트모더니즘의 부정적인 면과 결론에 대해 계속해서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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