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건축 책중에서 제일 애정하는 책을 소개해보려 한다.
이 책은 내가 고등학교 2학년때 나의 진로를 건축가라고 정하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을때 한 지인분이 선물해주신 책이다. 18살에 정말 건축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그림과 옆의 간략한 설명이 되어 있는 이 책은 심심할때 술술 읽어보기 좋은 책이었다.
이렇게 왼쪽에는 다이어그램으로 이미지를, 오른쪽에는 그에 대한 코멘트를 적어놓은 형식이다.
처음에 읽을때는 건축에 대한 배운 배경지식이 없으니까 재밋게 술술 읽기만 했던 책인데 대학에 입학하고 한번씩 설계가 막힐때마다 꺼내읽으면 신기하게도 아이디어가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한문장 한문장이 사실은 주옥같은 말들만 압축해 놓은 듯한..!
저자 매튜프레더릭은 건축가이자 도시설계가인데 알고보니 저서가 『패션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영화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요리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비즈니스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공학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이렇게 시리즈별로 있었다... 뭐지 나만 몰랐나? 나는 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밖에 못봤지만 이사람 정말 잡식하고 다재다능한 한 분이셨다 ㅋㅋㅋㅋ
여기 기억남게 읽은 문구를 몇가지 가져와봤다.
먼저 저 위의 사진속의 문장.
p.6 우리는 감춰진 공간을 이동하며 드러난 공간에 머문다.
-건축 공간의 모양과 질은 인간의 경험과 행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건물의 형태를 만드는 벽이나 지붕, 기둥이 아니라 공간에 머문다. 드러난 공간은 사람들이 머무르고 활동하는 장소다. 사람들은 감춰진 공간에 머물러 있기보다 계속 이동한다.
이 '감춰진 공간'과 '드러난 공간'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근대화 이후의 도시공간에서 감춰진 공간과 드러난 공간이 뚜렷히 구분이 될까?? 수직으로 올라가는 건물들은 용적률 확보를 위해 공개공지를 내주어야하고 이는 진정한 공공공간을 위함이 아닌 개인자산의 수익창출의 극대화의 도구로써밖에 작용하고만 있는것이 현실이 아닌가.
대학에서 건물로 사면이 둘러싸여 만들어진 '안뜰'은 사교활동과 놀이가 어우러지며 학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공간이다.
라는 다이어그램의 설명처럼 건물로 사면이 잘 둘러싸여진 공공장소라는 시각적 이미지가 확실한 즉 구조가 잘 짜여져 있는 이러한 공간(드러난공간)이 많아져야 할텐데 !
p.10 건축공간의 경험은 그곳에 어떻게 도착하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높고 밝은 공간은 천장이 낮고 조명이 어두운 공간과 대조될 때 더 높고 밝다는 느낌을 준다. 기념비적인 공간이나 신성한 공간은 순서상 맨 끝에 배치될 때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북향의 공간을 통과하여 남향창문이 있는 방에 도달한 사람은 훨씬 강한 인상을 경험한다.
중국 자금성에 갔을때가 떠오른다. 자금성에서 가장 큰 태화전에 이르는데 있어 출입부부터 안쪽까지 정말 단순한 일직선의 동선을 가는게 전부이지만 각각의 성문들을 지날때마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그래서 매우 긴 시간동안 걸어와서야 마침내 도달했을때는 와!! 하고 탄성을 지르게했었던 기억..
p.7 교외건물들은 공간에 독립적으로 서 있는 오브제이며 도시 건물들은 공간의 형상을 만든다.
오늘날 건물을 지을때는 건물의 모양뿐 아니라, 우연히 얻어진다고 볼 수 있는 외부 공간의 모양 만들기에도 노력을 집중한다. 교외의 외부공간은 건물 사이 공간의 모양을 고려하지 않기때문에 감춰진 공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시의 건물들은 정반대로 계획된다. 건물의 모양보다 공공공간의 모양을 중시한다. 심지어 건물에 인ㅇ접한 광장과 안뜰이 확연히 들어나도록 건물을 '변형'시키기도 한다.
이 얘기가 그림-바탕 (figure-ground)이론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고등학생때에도 이 문장을 유심히 봤었는데 도시건축분야를 조금 공부하고 다시 보니 새롭다. 카밀레오지테가 예시로 잘 설명해놓은 로마의 유기체와 같이 잘짜여진 도시공간-즉, 중세의 공간-은 figure과 ground가 확연히 구분이 잘 되어 가로, 광장의 역할이 활발하게 작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도시공간-즉, 근대주의 원칙에 의한 획일화된 도시-을 그림-바탕체계로 살펴보면 아무런 관련없이 떨어져서 우뚝 서있을 뿐이다. 광장과 길의 연계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를 도시이론가 로저트랜지크(Roger Trancik)는 도시의 잃어버린공간(Lost space)라고 말했다. 그 잃어버린공간이란 도시내부지역의 사용되지 않는 토지(공동지역)으로써 사용자, 주위환경에 실질적 기여를 하지 못하는 배타적인 공간(anti space)를 말하며 이는 도시공간의 연속성을 파괴시키고, 방향성없는 도시경섬을 야기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 공간들에 대해서 자세히 정의를 내리는데 1.목적없는 고층건물 공개공지 2.지상주차장 3.인적드문 선큰광장 4.빈 군사부지 5.황폐한 해안지구 6.열차보관소 7.재개발시대의 잔여물-자투리땅 8.쓸모 없어진 공원 이 있다. 미국의 도시계획가가 정의내린 공간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아니 지금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쉽게 떠올려진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읽다가 생각난 점들을 정리하고 또 쓰다보니깐 말이 좀 거창해지고 길어졌지만...
아무튼 이렇게 건축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책은 건축에 입문하려는 사람이나, 건축을 배우고 있는 학생이나, 졸업한 학생 등 건축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한페이지 한페이지 읽다보면 멈춰서 생각하게 되는 문장들이 많고 나도 모르고 잊고 있었던 부분도 생각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아니면 그냥 그림책 본다 생각하고 자기전에 그냥 가볍게 읽어보기도 좋다. 나도 요즘에 다시 정주행 중!
[책리뷰]철학-계몽의 변증법 (0) | 2019.04.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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